발라드가 다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우리들의 발라드’와 ‘놀면 뭐하니’ 가요제가 새로운 감성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놀면 뭐하니’ 가요제부터 ‘우리들의 발라드’까지…이제는 발라드의 시대
[더트루라인 | 김지현 기자] 한때 힙합이 거리의 언어가 되고, 트로트가 세대의 공감을 이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유행의 물결은 다시 잔잔한 선율로 돌아왔다. 화려한 비트와 자극적인 퍼포먼스의 시대가 지나가자, 대중은 다시 조용한 멜로디 속 ‘진심의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한국 음악계는 ‘발라드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SBS ‘우리들의 발라드’는 그 중심에 서 있다. ‘K팝스타’ 시리즈로 오디션 예능의 한 축을 세웠던 SBS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화려함 대신 감정의 깊이를 택했다. ‘내 인생의 첫 발라드’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노래했고, 평균 나이 18.2세의 젊은 출연자들은 김광석, 이은하, 임재범, 빅뱅 등 세대를 넘는 명곡을 자신들의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세대 간 감정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현장은 진심으로 가득했다. 이예지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부르며 아버지를 떠올렸고, 송지우는 무대 공포증을 딛고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열창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을 담은 정지웅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크러쉬로부터 “친구가 정말 잘 들었다고 말해줄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기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른 최연소 이하윤은 ‘애송이의 사랑’을 담담히 부르며 합격을 확정지었다.
결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닐슨코리아 기준 첫 방송 2부 시청률은 수도권 4.7%, 이후 3회차는 6.4%를 기록하며 화요일 예능 1위에 올랐다. ‘발라드 예능’이 시청률 경쟁의 중심 무대로 복귀한 셈이다.
MBC ‘놀면 뭐하니?’의 ‘서울가요제’ 역시 발라드 열풍을 가속화했다. 최유리, 이용진&랄랄, 잔나비 최정훈, 박명수, 딘딘, 이준영, 송은이&김숙, 이적 등 8팀이 1980년대 명곡을 다시 부르며 시대의 감성을 되살렸다.
최유리는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로 따뜻한 무대를 열었고, 박명수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진심 어린 목소리로 불러 심사위원 한영애로부터 “유재하가 떠올랐다”는 말을 들었다. 배우 이준영은 ‘널 그리며’로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마지막 무대의 이적은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선보이며 가요제의 정점을 장식했다.
이날 대상은 이준영과 이적에게 돌아갔고, 두 사람은 “세대의 음악이 다시 이어졌다”는 메시지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놀면 뭐하니?’는 이번 방송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음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발라드 붐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피로해진 감정의 회복 욕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과잉된 자극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자신만의 속도와 감정선에 맞는 음악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메이크가 많다는 것은 발라드가 여전히 대중 정서의 중심에 있음을 의미하지만, 진정한 부활은 ‘재현’이 아닌 ‘창조’에서 완성된다”며 “지금의 감정을 대변할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